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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기호에 맞춰야 명품 디자인 나옵니다’[한경매거진]

김승범 아이디엔컴 대표는 고객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때로는 클럽에 직접 가기도 한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아트가 아니고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 ‘트레비’, 삼성전자 ‘하우젠’ ‘지펠’, 펩시코리아 ‘게토레이’ ‘넥스’, 하이트맥주 ‘스타우트’, 진로 ‘동의보감 복분자’, 서울우유 ‘앙팡’ ‘아침에 주스’, 롯데칠성음료 ‘류’.

이 제품들에 멋진 옷을 입힌 주인공은 아이디엔컴의 김승범 대표다. 아이디엔컴은 디자인 개발에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 컨설팅 전문 회사다. 이 회사가 2002년부터 만든 디자인들만 해도 수두룩하다. 작년 세계 3대 디자인상인 iF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어워드(award)를 받은 바 있는 하이트 exfeel-S 맥주 디자인도 이 회사가 담당했다.

“롯데칠성음료 ‘솔의 눈’, 서울우유 ‘언니 몰래먹는 딸기오레’, ‘동생 몰래먹는 바나나오레’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특징도 다양하죠. 그런데 우리가 내놓은 디자인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고객들의 생각을 정확히 읽었다는 것입니다.”

김 대표는 디자인을 할 때 고객의 기호에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한다. 인터넷·블로그·카페·트위터 등을 이용해 각 연령별로 그들의 색깔을 찾아내고 그에 관련된 이미지 등을 파악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몸소 체험하기도 한다. 20대 클럽 문화가 유행일 때에는 직접 클럽에 가기도 한다.

20대 여성을 위한 ‘하이트 exfeel-S 맥주’도 이러한 노력에 따른 결과물이다. 실제 이 맥주는 20대 여성 클러버(Clubber:정기적으로 클럽에 다니면서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라고.

“예전에는 자기중심적으로 디자인했다면 지금은 고객 중심으로 디자인해야 합니다. 추세가 점점 소비자 쪽으로 변화하고 있죠. 실제로 브랜드를 리뉴얼(renewal)하고 나서 매출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디엔컴의 또 다른 특징은 마케팅이 잘 돼 있다는 것. 김 대표는 아이디엔컴을 처음 설립할 때부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케팅 부서를 따로 뒀다. 전략 마케팅 부서는 디자이너가 매너리즘에 빠질 때마다 시장 및 고객에 대한 분석 자료를 통해 방향을 설정, 제3의 입장에서 트렌드를 이끌어내기 때문에 많은 클라이언트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보통 해외 유명 디자이너를 섭외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간혹 부정적인 효과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국내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김 대표는 직원들을 타이트하게 묶어 놓으면 혁신적인 디자인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하고 원하는 사람만 회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또한 매년 전 직원이 함께 해외여행을 가는 등 직원들의 사기 증진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송년회도 이색적이다. 1년에 한 번 연말에 직원들과 가족, 친구를 위한 사내 파티를 연다. 그의 경영 방식이 통했는지 직원들은 업무가 생활화돼 있다. 마트에 갈 때마다 개발한 제품들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자세히 들어보는 것이 습관이 됐다. 혹여 불만족스러운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들릴 때면 곧바로 클라이언트에게 얘기해 문제점을 개선한다.

“디자인 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개성이 강하고 아이디어가 풍부합니다. 그런데 틀에 맞추다 보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죠. 개성 넘치는 아이디어로 점점 성장하는 아이디엔컴,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김승범 아이디엔컴 대표




약력 : 1972년생. 95년 연세대 환경과학과 졸업. 2007년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졸업. 96년 디자인포커스 기획실장. 2001년 이노파크 공동대표. 2002년 아이디엔컴 대표이사(현).



김선명 기자 kim069@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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