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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상품 제조기 김승범 아이디엔컴 대표-[이코노믹리뷰]- 1부


‘디자인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시장에서 히트 치는 상품들은 하나같이 제품의 품질이나 기능이 뛰어난 것들이 많다. 물론 요즘과 같은 불경기 상황에서라면 가격이 저렴한 상품들도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제품 중 하나다.

하지만 똑같은 성능과 가격의 상품이 두 개 나란히 있다면 소비자들은 과연 어떤 제품을 더 선호하게 될까? 정답은 단연 ‘디자인’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처럼 이제 소비자들은 구매결정에 있어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에 좀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기업의 중요한 상품 경쟁력으로 ‘디자인’이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올해로 10년째 디자인 회사 아이디엔컴을 운영하고 있는 김승범(38) 대표. 디자인업계에서는 ‘히트상품 제조기’로 불릴 만큼 웬만한 ‘뜬’ 제품들의 디자인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최근 시장에 나와 있는 ‘게토레이’, ‘앙팡’을 비롯해 ‘아침에 주스’, ‘웅진 페이프리’, ‘스타우트’, ‘하우젠’, ‘매화수’ 등이 모두 그의 작품들. 특히 실패했던 브랜드를 디자인 하나만 바꿔 성공으로 이끈 제품들도 그의 포트폴리오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송파구 삼전동에 위치한 아이디엔컴의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 기자 앞에 그는 낯이 익은 서울우유의 한 우유제품을 내보이며 자신을 소개했다.

바로 투명한 플라스틱 병에 우유를 담은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 있는 우유’라는 제품. 그가 최근 디자인한 것 중 비교적 ‘성공작’으로 내세울 만한 것이었다.


우유병엔 ‘장문’ 글 담고, 맥주병엔 ‘이니셜’만
“문구가 너무 길지 않나요?”
“그게 핵심입니다. 문장형으로 소비자들에게 친근함을 주면서 본 제품의 특징은 스토리를 만들어 담은 것이죠.”

플라스틱 투명 병에 우유를 담은 것도 새로운 시도였지만 제품명이 긴 것 역시 출시 당시에는 동종 유업계에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제품이다.

김 대표는 병 우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향수와 서울우유 측의 아이덴티티를 동시에 반영한 우유라고 자평했다.

김 대표의 디자인은 이처럼 시장에서는 ‘새로운 시도’로, 클라이언트 기업에게는 ‘최고의 홍보 효과’로 각색된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기업과 달리 철저하게 ‘전략적인 디자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순수예술 차원의 디자인은 분명 아닙니다. 저희는 전략적 디자인에 승부를 걸고 있어요. 같은 그림이지만 판매를 위한 그림은 고객의 잠재적인 니즈 자체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나름대로 디자인(순수 예술 차원의 그림)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전략적인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따지고 보면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때문에 김 대표는 스스로도 “내가 미대를 나왔으면 그림 잘 그리는 디자이너가 됐겠지만 오히려 미대를 안 나왔기 때문에 광고나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할 만큼 고객의 니즈를 잘 캐치하겠다는 철학을 디자인의 중심에 항상 배치하려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