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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우유가 당신의 스타일까지 높여준다 - 서울우유 스타일리스트 우유

때로 음료는 그 자체로 하나의 패션 아이콘이 될 때가 있다. 스타벅스의 종이컵이 그랬고, <섹스 앤 더 시티>에 등장해 유명해진 ‘비타민워터’도 그렇다. 하지만 우유의 경우는 어떨까? 여느 음료가 스낵의 한 종류로 여겨졌다면, 우유는 마치 밥과 비슷한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영양 많고 몸에 좋으나, 굳이 패션을 입힐 필요는 없는’ 일상적인 어떤 것으로 말이다. 하지만 ‘서울우유 스타일리스트’는 정반대의 전략을 취했다. ‘우유’라고 했을 때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남으로써 의외성을 주어 강한 인상을 남기고자 한 것이다. 오죽하면 슬로건도 ‘우유 같지 않은 우유’일까.
병 형태도 특이하다. 아래쪽은 둥글지만 윗부분은 약간 네모진 형태에 가깝다. 디자인 측면에서 보자면 우선 용기 자체가 독특해서 시선을 끄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원기둥 형태로만 이루어진 일반적인 병에 비해, ‘가슴팍’에 해당하는 윗부분이 넓어져 용기에 그려진 그래픽을 좀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상대적으로 넓어진 면적에 ‘더 많은 그림을 그려 넣어야 한다’는 유혹을 받았을 법도 한데, 정면에서 봤을 때 보이는 것은 제품명 로고타이프와 시원스러운 ‘A’ ‘B’ 심벌이 전부이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간결한 디자인을 지켜냈다는 점이 오히려 눈길을 끈다. 하얀 용기는 사실 전체를 래핑한 것이다. 다만 우유의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표면 질감의 미묘한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하얀 부분은 무광으로 처리해 우유 특유의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글자 부분은 유광으로 처리해 로고와 심벌이 좀 더 명쾌한 느낌을 주도록 했다. 한국 식품 패키지에선 보기 드문 사례이자, 어떤 의미로는 ‘디자이너의 꿈’이 거의 그대로 구현된 패키지 디자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김승범 아이디엔컴 대표는 파격적인 디자인이 그대로 제품화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무엇보다 클라이언트인 서울우유가 디자이너의 결정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따라주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서울우유는 디자인을 위한 의사 결정 또한 복잡한 위계 절차 없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서울우유가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출처] 월간디자인 (2010년 8월호) | 기자/에디터 : 정영호